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달밤 - 도회(都會)
    My Scrapbook 2013. 4. 18. 16:20

    먼지투성인 지붕 위로
    달이 머리를 쳐들고 서네.

    떡잎이 짙어진 거리의 포플라가 실바람에 불려
    사람에게 놀란 도적이 손에 쥔 돈을 놓아 버리듯
    하늘을 우러러 은(銀)쪽을 던지며 떨고 있다.

    풋솜에나 비길 얇은 구름이
    달에게로 달에게로 날아만 들어
    바다 위에 섰는 듯 보는 눈이 어지럽다.

    사람은 온몸에 달빛을 입은 줄도 모르는가
    둘씩 셋씩 짝을 지어 예사롭게 지껄인다.
    아니다 웃을 때는 그들의 입에 달빛이 있다
    달 이야긴가 보다.

    아, 하다못해 오늘밤만 등불을 꺼버리자
    촌각시같이 방구석에서 추녀 밑에서
    달을 보고 얼굴을 붉힌 등불을 보려무나.

    거리 뒷간 유리창에도 달은 내려와 꿈꾸고 있네.


    - 이상화 [달밤 - 도회(都會)]
        




    'My Scrap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자  (0) 2013.05.09
    묵화(墨畵)  (0) 2013.05.01
    김현 선생이 소설가 이인성 님께 보낸 1977년 편지  (0) 2013.04.14
      (0) 2013.04.11
      (0) 2013.04.11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