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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주의보가 뜬 날... 설산으로 보이는 걸 보니 덥긴 더운 날이다.
먼 길 보이는 저 달 희미하지 않다. 달과 바람이 읊조리는 소리.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시간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걸어 자신만의 풍경속에서 그리 알아간다지.
맑고 차가운 하늘이다. 시월이 모든 걸 명료하게 만들고 있다.
하늘이 높다. 가을이 서둘러 찾아오려는지.
이 도시는 더워도 습하지 않아 좋았다. 좋은 나날은 항상 끝이 있어서인지 변화는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인지 이제 습하면서 덥다. 아쉽지만 그래도 아직 좋은 것들이 남아있기에 견딘다.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은 안절부절하지도 않고 부드럽고 의연하게 흘러간다. 어디로도 흐르지 못하는 마음에 휘청거리지 않으려고 걷는다.
늦은 저녁 햇빛에 홀린다. 문득 문득 하늘을 보고 산다는 시인의 이야기가 기억난다. 하늘에서 세월은 아름답게 흩어진다.
저녁인데 햇살이 몰려온다. 하늘을 잠시 보다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