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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궤적
    My Scrapbook 2014. 8. 15. 08:22

    나와 다른 한  명이 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다. 
    거대한 구름이  밀려오고 있었다.
    조금도 꾸미지 않고 천천히  분리되며.
    그래 구름이. 멀리에도 구름이 있었다.
    두 명은 나무 의자에 앉아서 구름을 보았다.

    구름들은  천천히,  그리고  천천히.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속도.
    저쪽으로. 그냥 저쪽으로 미끄러졌다. 
    두 명은 각각 무슨 말을 했는데 중요한 건 아니었다.
    어쩌면 구름은. 그냥 보이는 것이고. 
    그저 나는 풀썩,  구름 위에 앉고 싶어 하는
    어떤 한 사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러니까 자꾸 풀썩, 풀썩, 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밤이 왔다.  나와 다른 한 명은 더 이상
    나무 의자에 앉아 있지 않았다.
    구름은 조금만 보였다. 나는 그것도 좋았다. 
    다른 한 사람은 어땠는지, 지금은 알 수 없다.


    - 유희경 [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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